인터뷰 | 한영주 교수

초록이 짙어지는 5월, 여린 잎들이 어느새 풍성해진 모습을 보면 자연의 생명력이 참 놀랍습니다. 반면 우리의 일상은 빠르게 쌓여가는 피로와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지침, 관계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상처들로 그 생명력이 쉽게 소진되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의 언어를 익히고, 깊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상담가의 전문적 도움을 찾기도합니다.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현대인들에게 ‘영성’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고, 실제 임상에서 영성의 치유력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독교 영성은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유로 이끄는가?”

2026년 5월, <VIEWtiful 인문학>은 상담심리학 전공의 한영주 교수님과 함께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기독교 영성’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열어 보려 합니다. 상담학이라는 학문적 토대 위에서, 기독교 영성을 통합해가는 한영주 교수님을 지면인터뷰를 통해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밴쿠버기독교세계관 대학원(VIEW)에서 상담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영주입니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하고, 한국에서 상담학 교수로 상담전공 대학원생들을 12년 정도 가르쳤습니다. 6년 전, 특별한 사연(주님의 인도하심이라 믿는^^)으로 밴쿠버기독교세계관 대학원에 오게 되었고, 현재 신학생들에게 부모교육, 청소년상담, 여성상담, 영성과 상담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상담심리 전문가로 29년째 현장에서 상담가로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상담학의 여러 접근들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해석하여, 일상의 삶과 상담현장에 적용하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정체성을 두가지로 말한다면, 기독교인과 상담자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사람에 대한 관심과 영성에 대한 추구가 있었고, 대학졸업 후에는 사람을 돕는 직업(조력 전문직, helping professionals) 중에서 전임사역자 혹은 전문상담가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전임사역을 잠시 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상담심리학 공부를 마치고 전문 상담가로 살게 되었죠. 기독교 신앙과 상담학의 양극단을 오가며, 이 둘을 통합하려는 개인적 노력을 자연스럽게 해왔던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을 잘 돕기 위해서 상담학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상담을 할수록 개인의 신앙 혹은 영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상담학 분야에서 다양한 영성을 접목하는 흐름이 많아졌고, 상담 현장에서도 영성관련 기법들이 활발하게 사용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대부분의 영성관련 접근이 기독교보다는 다른 종교에 기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에게는 상당한 불편감이나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기독신앙을 가진 상담자로서 자연스럽게 기독교 전통의 영성 추구 방식들을 살펴보게 되었고, 실제로 풍부한 자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독교 영성훈련 그룹에 5년째 참여하면서, 개신교에서 그동안 간과해온 영성 전통이 개인의 신앙과 치유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독교 영성을 상담이라는 전문영역에 접목하고 실행하는 노력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 자신의 마음건강을 위한 실천, 대학원 수업, 그리고 제가 만나는 내담자들과의 상담에서 실행해보면서 효과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면도 있지만, 흥미진진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치유’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증상의 호전이나 호소문제의 해결, 마음의 평화 정도를 치유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넘어서 더 나은 삶을 지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담학 내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전자를 상담학에서 말하는 ‘치유’라고 본다면, 기독교 영성의 ‘치유’와 일정부분 동일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고통을 초래하고 불편감을 주는 증상이 제거되는 과정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독교 영성의 ‘치유’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형상, 즉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목적을 갖습니다. 증상의 제거, 혹은 마음의 평화 자체가 초기 목표가 될 수는 있지만, 궁극적 목적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과정에서 증상의 호전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 어떤 고통이나 증상은 그리스도를 닮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적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개인이 고통의 의미를 재해석하게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이전의 증상이 아니게 됩니다. 가시적 문제해결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더 궁극적 변화가 생기는 것이죠.

현대 심리치료, 자기계발의 영역에서 말하는 ‘영성’과 기독교 전통의 ‘영성’이 다른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증상 호전, 마음의 평화와 같은 초기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은 유사하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심리적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영성 치료법인 ‘마음챙김(mindfulness)’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검증되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교 전통에 기반한 명상기법이기 때문에, 기독교인 내담자들은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챙김의 치유 기제(mechanism)는 기독교 전통의 묵상, 기도방법에도 동일하게 존재합니다. 명상 방법에 익숙하지 않고, 불교적이라는 느낌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기독인 내담자들에게 ‘예수기도’, ‘향심기도’와 같은 기도법을 호흡과 함께 연습하면서 효과를 체험하곤 합니다. 최근에도 공황을 동반한 불안장애로 고통받던 한 기독인 내담자가 예수기도를 마음챙김과 접목한 방식으로 도움을 받았던 경우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기법이 치유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상담자와 내담자의 신뢰 관계라는 치료적 맥락에서 작용한 치유라고 봐야 합니다.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 매일의 영성습관, 즉 루틴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수년째 함께하는 영성훈련 그룹이 있어서, 함께 매일의 영성습관을 형성하고 지켜가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루 중에 가능하면 자주 하나님을 기억하고 떠올리며 기도하는 습관을 지키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매일 아침 시편 묵상과 침묵하는 시간만큼은 꼭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오에는 영성가들의 기도문으로, 오후에는 알람을 맞춰 두고 짧게짧게 중보기도를 합니다. 자기 전에는 의식성찰 기도의 시간을 갖고요. 매일 일정 시간을 뛰거나 산책하는 몸의 영성 루틴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다 지키지는 못하지만, 놓아버리지 않고 지속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처럼, 개인의 영성습관을 지킬 수 있도록 격려하는 소그룹 모임을 지속하라는 격려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몸이나 영혼과 분리할 수 없는 통합체입니다. 마음이란 신체와 생각, 정서, 무의식, 의지 등이 중층적, 복합적으로 엮여있는 실체이죠. 어제 큰 은혜를 받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하루 밤 사이 마음의 바닥에 있는 찌꺼기들이 올라와 다시 혼탁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생각의 변화는 있다고 해도, 우리 마음을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이 함께 변화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영성은 마음의 모든 영역에 작용하는 힘이고, 그 과정과 결과입니다. 기독교 영성은 모든 마음의 영역에서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입니다.

“You have made us for yourself, O Lord, and our heart is restless until it rests in you.” 어거스틴의 고백록에 나오는 문장처럼, 인간의 마음은 주님 안에서 안식하기까지 쉼이 없는 상태(restless)입니다. 점점 더 불안하고 우울해지는 시절, 마음의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고, 사람들은 편안한 마음을 위해 다양한 ‘영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치유는 고통의 감소, 증상의 호전에 초점을 둘 때 일어나지 않습니다. ‘억압된 것은 돌아오기 마련(프로이트)’이고, 전체로 통합되지 않고 부분만 건드리는 경우 고통은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이 강의를 통해 기독교 영성의 통합적 관점으로 자신의 삶과 마음의 문제를 바라보고, 마음의 각 영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독교 영성훈련의 방식을 습득하게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