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바람이 스며드는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계절이 바뀌듯, 사회도 끊임없이 변화하며 그 모습을 데이터로 기록합니다.
뷰티풀 인문학은 가을 새 학기, 통계적 분석과 사회학적 시선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와 교회를 읽는 특별한 여정을 준비했습니다. 종교와 사회 통계라는 낯설지만 긴요한 언어를 통해,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신앙과 현실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기를 기대하는 자리입니다. 또한 숫자 너머의 이야기, 통계를 읽고 쓰는 법을 배움며 우리 사회와 신앙, 공동체에 던지는 메시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 흥미롭고 기대되는 강의를 이끌어 주실 분은 바로 캐나다 연방정부 통계청과 오타와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신 박정위 교수님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교수님의 시선과 통찰을 미리 엿봅니다.
반갑습니다. 교수님 ! 이번 강의를 통해 ‘통계’와 사회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많을 듯합니다. 교수님께서 캐나다 연방정부 통계청과 오타와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어떤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계신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뷰티풀 인문학 수업 수강생 여러분과 관계자분들, 정말 반갑습니다!
소개해 주신 대로 캐나다 오타와에서 정부와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박정위입니다. 연방정부에서 모든 분야의 통계를 관장하는 Statistics Canada에서 건강, 노동 관련 주제의 분석관으로 20여 년간 일해 왔습니다. 같은 기간 매 학기 오타와 대학교에 출강하여 사회학을 가르쳐 왔습니다. 생각해 보니 수업은 굉장히 여러 가지를 했는데 최근에는 연구방법, 인구학, 건강사회학 등에 집중해 온 것 같습니다.
Q 인문학 수업에서 데이터를 통해 사회를 읽는다는 점이 낯설면서도 흥미가 느껴집니다. 처음 사회 통계학을 접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음…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마도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은 사회 통계를 이미 사용하고 계실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을 통계에 영향받고 있거나 의존하는 면이 모르는 사이에 커진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사회통계에 대한 조금 체계화된 논의를 통해서 이미 사용하고 계신 통계들을 좀 더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이 수업이 도와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Q 이번 강의 주제가 ‘신앙과 세상 읽기 – 데이터로 보는 오늘의 사회와 교회’인데요. 이 주제로 강의를 준비하게 되신 계기와 배경은 무엇인가요? 교수님의 개인적 신앙 여정, 그리고 사회학자로서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맞닿았는지 궁금합니다.
미처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로군요. 생각을 유발시키는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교회에 아주 열성적이지는 않으셨지만 따뜻한 신앙을 가지셨던 부모님들로부터 사남매가 믿음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형제들은 한 달에 한 번 빠짐없이 줌으로 만나서 애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서로의 건강도 걱정하며 이런저런 담소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형제들 중에서 가장 복잡한 신앙을 갖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것이 여러 가지 요인을 따지고 증명을 강조하는 분야의 공부 때문인지, 믿음의 태도까지 그러다 보니 그와 같은 전공을 하게 된 것인지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네요. 아, 그리고 수업을 하게 된 계기는 최종원 교수님으로부터 권유를 받아서입니다. 권유가 없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마침 지난 1년 반 정도 기독교사상에 시리즈로 글을 썼기에 그 내용을 중심으로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이번 강의에서는 종교와 사회 관련 통계를 해석하고 적용하는 훈련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통계를 읽는 것과 쓰는 것에 가장 유념해야 할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연구 과정중 교수님께서 특별히 주의하는 점이나 접근 방식이 있으신가요?
딱딱한 훈련이 아니라 통계를 의심하고 해석하는 재미있는 게임처럼 하고 싶습니다. 통계를 잘못 쓰면 사실을 왜곡할 수 있으니 물론 비판적인 검토를 해야 합니다만, 또 다른 한편으로 염두에 둘 것은 생각처럼 통계가 딱 떨어지는 과정이 아니고 결과도 절대적으로 객관적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변수를 정의하고 어떤 가정에서 출발하는가 하는 일들이 결과를 제한하게 되는데, 연구에선 꼭 필요한 절차들입니다. 중요한 것은 통계를 쓰거나 읽을 때 그 기본전제와 제한점들을 잘 숙지하는 것이지요. 그 일이 잘 되면 보다 창의적이고 통찰적으로 통계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Q 강의 계획안을 보면 ‘Nones’(무종교인), 다문화 속 교회, 기독교 민족주의, 문화전쟁, 화해와 정의 등 흥미롭고다양한 주제를 다루실 듯한데요. 그 중에서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를 끄는 주제와 통계 데이터는 무엇인가요?
깊이 들어가자면 한 가지 한 가지가 한 학기 내내 해도 충분할 주제들일 수 있어요. 내용적으로는 모두 소중하고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만, 어떤 주제는 통계 데이터에 의한 설명과 토론을 보다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보다 자세한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고 전에 없던 분석을 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이민자들 중 기독교인 비율이 몇 퍼센트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이민자들이 10년 뒤, 20년 뒤의 기독교 신앙 비율을 볼 수 있다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겠죠.
Q 매주 강의마다 “신민수기(통계) 학습”이라는 코너가 포함되어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학습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의미와 목적으로 넣어두신 것인지요?
그냥 재미있는 제목을 붙이고 싶었던 것인데요. 놀라운 것은 성경에 그것도 구약에 인구조사 센서스를 다루는 민수기라는 책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민수기, 이 타이틀이 통계가 신앙을 말하는 언어도 될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길 바랍니다.
Q 현재 캐나다에서 연구를 하고 계시는데, 북미 사회의 종교 지형 변화가 한국 교회에 시사하는 바는 어떤 부분일까요?
과거 근대화이론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는 어떤 국가의 오늘을 보면서 다른 나라의 미래를 예측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요즘은 북미사회가 한국의 미래라고 할 수는 없겠고 오히려 반대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많은 부분에서 같거나 비슷한 현상들이 지구의 다른 지역들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목격하게 됩니다. 오늘의 미국과 캐나다는 여러가지 논쟁적인 사회적 이슈를 둘러싸고 종교와 정치의 치열한 상호작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나타나는 북미 사회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면 한국 사회와 교회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생각의 틀을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통계와 데이터를 분석, 해석한 그 결과를 발표하면 그것이 다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요. 지금까지 연구활동을 하시면서 그러한 경험들이 있으시다면 예시를 한 가지 부탁드립니다.
정부 연구가 정책을 변화시키고 나아가서 사회의 조건을 개선시키는 데 분명히 일조하겠지만, 저널리즘과는 달리 영향의 속도가 느리고 많은 노력의 집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정 연구의 직접적인 효과를 감지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연구자는 연구의 선한 효과가 있기를 믿고 희망을 갖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도 그런 희망으로 취약 인구층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원주민, 성소수자, 여성, 노인, 아동에 대한 연구 등입니다.
마지막으로 뷰티풀 인문학 학생들에게 이 수업을 함께 하며 기대하시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독교사상에 북미사회의 이슈와 기독교의 반응에 관한 원고들을 집필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여러 사람들과 폭넓은 대화로 나누는 기회는 그렇게 많이 갖지 못했어요. 늘 나의 이야기가 너무 동떨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했습니다. 이번 강좌를 통해 학생분들과의 격의없는 대화와 토론을 나누면서 얻게 될 배움에 큰 기대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