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둣빛 새싹이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봄날, 전쟁으로 인한 암울함과 경제 위기의 불안함도 우리 삶을 뚫고 들어옵니다.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더욱 고민하게 되는 나날입니다.
2026년 4월, <VIEWtiful 인문학>에서는 1학기 첫 강의로 『헬라어의 시간』의 저자이자, 신약학자이신 김선용 교수님을 모시고 헬레니즘 철학에 입문해보려고 합니다. 스토아 철학과 에피쿠로스 철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우리는 어떻게 ‘잘’ 살 것인지, 실존적인 문제에 대해 함께 질문하고 논하는 배움의 장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강의에 앞서, 누구보다 공부에 ‘진심’이신 김선용 교수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Q 교수님을 책으로 만난 독자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강생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신약성경과 초기 기독교 문헌을 연구하는 김선용입니다. 현재 특정 교육 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주도적으로 텍스트를 읽고 쓰며 연구와 번역에 매진하는 독립 연구자(independent researcher)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고전 수사학(rhetoric)과 고대 철학, 그리고 그리스-로마 종교라는 렌즈를 통해 초기 기독교인들이 남긴 문헌과 역사적 흔적들을 탐구합니다.
Q 최근에 『헬라어의 시간』이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헬라어와 신약성경을 연결하여 깊은 통찰을 주는 책이었는데요. 교수님께 ‘헬라어’는 어떤 의미를 갖는 언어인가요?
제게 헬라어는 초기 기독교를 연구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탐구 도구’입니다. 신약성경 전체를 비롯해 방대한 초기 기독교 문헌들이 바로 이 헬라어로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헌학(philology)적 토대 위에서 훈련을 받았기에, 원문을 치밀하고 정밀하게 읽어내는 작업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고고학자에게 흙을 털어내는 섬세한 도구가 필요하듯, 저에게 헬라어는 텍스트의 지층을 발굴하는 연장과 같습니다. 늘 깨끗하게 닦고 예리하게 벼려두어야 하는 소중한 도구이지요.

Q 이번 강좌의 주제를 “헬레니즘 철학의 입문: 스토아 철학과 에피쿠로스 철학”으로 정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잘’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이번 강좌의 핵심 질문으로 던져주셨습니다. 이런 주제를 정하게 되신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헬레니즘 철학은 제가 박사 과정 당시 부전공에 준할 만큼 깊이 파고들며 관련 논문까지 집필했던, 개인적으로 매우 애착을 가진 분야입니다. 처음 이 철학을 접했을 때, 세계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시야가 개인의 ‘좋은 삶(good life)’을 향한 실존적 추구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대 철학자들이 논했던 ‘잘’ 사는 삶의 의미는 주식과 돈 등 물질적 가치로 환원되어 버린 21세기의 ‘잘 사는 삶’에 묵직한 경종을 울립니다. 어떻게 참된 자아를 확립하고 외부의 격랑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지혜를 제공해 주기에,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하여 강의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 강좌에서 스토아와 에피쿠로스 철학의 윤리학을 ‘치료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오늘날의 실존적 문제들(불안, 분노, 죽음과 같은)과 연결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고 돋보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우리에게 여전히 어떤 의미를 갖는지요? 강의를 통해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요?
최근 한국의 많은 의학도들이 정신과를 지망한다는 사실만 보아도 현대인의 마음 상태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분노와 불안으로 일상이 무너지는 분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방증이겠지요. 전례 없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의 생존 의지를 추동하는 주된 동력은 다름 아닌 ‘불안’입니다. 미래에 대한 막막함, 경쟁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자녀의 생존 문제에 대한 걱정 등이 현대인들을 강박적인 ‘경제적 자유’의 추구로 내몰고 있습니다. 돈이 이 모든 불안을 잠재워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경제적 풍요를 이룬 이들조차 불안과 분노로부터 온전히 자유롭지는 못합니다. 스토아 철학과 에피쿠로스 철학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실존적 고뇌에 대해 직접적이고 실천적인 처방을 제시합니다. 이들의 접근법은 현대 심리학의 인지행동치료(CBT)와 매우 유사하며, 오늘날에도 스토아적 태도를 삶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이번 강의와 토론을 통해, 2천 년 전 고대 철학자들의 치유적 권고를 우리 삶에 직접 대입해 보는 유의미한 시간을 가질 것입니다.
Q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헬레니즘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놓치고 있는 질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늘날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믿음’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분리된 영역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울의 로마서만 보더라도, 복음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새로운 정신과 뛰어난 분별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 기독교의 본연의 가르침입니다.
역사적으로 초기 기독교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두고 스토아 학파나 에피쿠로스 학파와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철학 학파가 제시한 이상적인 삶의 덕목들이 사랑, 평안, 자족, 자기 절제 등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이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그리스도인들은 그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이 철학자들의 방법론과는 다르다고 확신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헬레니즘 철학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볼 때, 비로소 초기 기독교가 지녔던 고유한 정체성과 독창성이 훨씬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Q VIEWtiful 인문학 수강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왜 이 강의를 꼭 들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면 좋을지요?
우선 강의 개요를 찬찬히 읽어보시고, 지적 호기심과 흥미가 동하는 분들이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겉보기에는 기독교 신앙과 다소 거리가 먼 인문학적 주제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강의를 듣다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저와 함께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우리 삶의 진정한 목표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묻고 답하며, 스스로의 사유를 깊이 있게 가다듬어 보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강의를 듣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참고 자료가 있다면 참고하고 싶습니다.
- 에피쿠로스, 『에피쿠로스 쾌락』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2022)
-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강대진 옮김, 아카넷, 2012)
-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단검처럼 빛나는 스토아의 지혜』 (김재홍 옮김, 그린비, 2025)
- 에픽테토스, 『에픽테토스 강의 3·4, 엥케이리디온, 단편』 (김재홍 옮김, 그린비, 2023)
- 세네카, 『화에 대하여』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2025)
- 키케로, 『투스쿨룸 대화』 (김남우 옮김, 아카넷, 2022)
- 윌리엄 B. 어빈, 『좋은 삶을 위한 안내서』 (이재석 옮김, 마음친구, 2022)
- A. A. Long and D. N. Sedley, The Hellenistic Philosophers, Vol. 1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7)
- John Sellars, Hellenistic Philosophy (Oxford University Press, 2018)
- John Sellars, Stoicism, 2nd ed. (Routledge, 2025)
- Brad Inwood, ed., The Cambridge Companion to the Stoic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3)
- James Warren, ed., The Cambridge Companion to Epicureanism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9)
- Catherine Wilson, Epicureanism: A Very Short Introduc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15)
- Martha C. Nussbaum, The Therapy of Desire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4)
- Pierre Hadot, Philosophy as a Way of Life (Blackwell, 1995)
- Donald Robertson, The Philosophy of Cognitive-Behavioural Therapy (CBT) (Routledge, 2010)
스스로의 사유를 깊이 있게 가다듬어 보게 될 4월이 유독 기다려집니다. 봄날에 반갑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